처음부터, Da Capo
정말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정규 7집 앨범으로 돌아왔다 앨범 타이틀은 'Da Capo'. 이는 음악 연주에서 ‘처음부터’라는 뜻이며 보통은 D.C.로 악보 등에 표기하여 이 표가 적힌 곳에서 악보의 처음으로 되돌아가라는 뜻인 음악 기호이다. 이적, 성시경, 김동률 등 유희열의 오랜 음악적 동료들이 여전히 함께 하였으며 특히 권진아, 김예림, 이수현 등 신예 여성 보컬들이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크러쉬, 빈지노, 다이내믹 듀오도 힙합 장르를 함께 선보임으로써 유희열을 다양한 음악적 변주를 엿볼 수 있다. 앨범 타이틀처럼 유희열은 초심으로 처음부터 뭔가 새로운 것을 선보이기 위한 많은 심혈을 기울인 듯하다. 무려 2011년부터 새 앨범 발매에 대한 언급을 해 왔으나 다시 3년이 지난 2014년 11월에서야 앨범을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그 결과물로써 이 앨범에는 총 13곡의 트랙이 담겼고, 새로운 보컬과 장르를 시도한 이전과 같지만 또 다른 토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같지만 새로운 음악들
01 아무도 모른다
앞선 '여름날' EP 앨범에서 함께 했던 신재평이 함께 작업한 연주곡이다. 어느덧 훌쩍 마흔 중반이 넘어간 나이가 된 유희열. 아무도 모른다라는 것은 아마 많은 시간들을 쌓아온 우리들의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뭔가 불안하고 막막한 내일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피아노 멜로디를 느낄 수 있다.
02 Reset (With 이적)
시원하게 내지르는 보컬이 매력적인 이적이 객원 보컬을 맡았다. 앨범 타이틀인 'Da Capo'와 결을 함께 하는 제목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어디로 향하는 인생인지 모르는 방향성을 읽어버린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열심히 내일을 위해 살아가자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희망의 메시지가 이적의 보컬로 잘 표현되어 있다.
03 Goodbye sun, Goodbye moon (With 이수현 of 악동뮤지션)
지금까지 참여했던 가수들 중 가장 어린축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이 객원 보컬로 참여하였다. 가사를 들어보면 알 수 있듯이 크리스마스 캐럴곡이다. 해님과 달님을 향해 부르는 마치 동화와도 같은 곡이다. 이러한 가사와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를 한참 동안 찾았다고 한다.
04 세 사람 (With 성시경)
이번 7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성시경이 객원 보컬로 참여하였다. 가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토이 5집에 실린 '좋은 사람'의 이후 이야기이다. 짝사랑의 상대인 여성이 내 친구와 결혼하는 아찔한 상황을 담았다. 노래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성시경의 편안하게 들리는 창법 때문이지 상당의 고음역대의 구간이 많다. 성시경 역시 여러 번 녹음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05 너의 바다에 머무네 (With 김동률)
다른 사람의 앨범에 쉽지 참여하지 않는다는 김동률이 보컬로 참여하였다. 스트링 연주와 하림의 하모니카 연주가 늦여름 편안한 분위기의 바닷가의 풍경을 눈앞에 펼쳐지게 한다.
06 U & I (With Crush & 빈지노)
2014년까지만 해도 Crush와 빈지노를 아는 사람들은 소수 매니아층에 국한되었다. 다소 실험적인 토이 표 힙합곡이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장르를 발표한 유희열에게는 정말 '처음부터'라는 타이틀에 맞는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07 인생은 아름다워 (With 다이나믹듀오 & Zion.T & Crush)
한국의 유명한 힙합 멤버들이 참여하였다. 하지만 이 곡은 힙합은 아니고 약간 펑키한 스타일의 애시드 재즈 스타일의 곡이다. 다이내믹 듀오가 재즈 리듬 위에 랩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녹음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다.
08 피아노 (Inst.)
다음 곡인 '피아니시모'의 인트로 곡이라고 볼 수 있다. 2분여의 짧은 재생시간을 통해 다음 곡의 분위기를 담담하게 피아노로 담아내었다.
09 피아니시모 (With 김예림)
몽환적인 보컬이 매력적인 김예림이 참여하였다. '피아니시모' 역시 음악기호로 '매우 여리게'를 뜻한다. 삶을 여유있게 보내며 천천히 상대를 향한 사랑을 전하는 편안한 분위기를 전한다.
10 그녀가 말했다 (With 권진아)
이제는 안테나뮤직 소속이 된 권진아의 첫 토이 객원 보컬 참여곡이다. 예전에 유희열이 진행하던 <라디오 천국>이라는 라디오에서 진행하던 사연을 소개하던 코너의 이름과 같다. 아마도 그때 소개된 어느 여성의 사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곡이라고 생각된다. 상대방을 향한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았다.
11 언제나 타인 (With 선우정아)
음악가가 사랑하는 음악가 선우정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당시 선우정아 역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유희열의 높은 보컬 선정 안목을 알 수 있다. 원래는 토이 6집에 실을 계획이었던 곡이었으나 이번에 새롭게 편곡하여 선우정아의 목소리로 소개되었다.
12 우리
유희열이 직접 노래하였다. 노래를 만드는 유희열 본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곡으로 유희열로 애증의 곡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전 앨범의 '그럴때마다', '스케치북'처럼 다 같이 합창으로 부르면 좋은 곡이 아닐까 생각된다.
13 취한 밤
이 앨범이 발매되기 한달전에 신해철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듣고 유희열이 만들게 된 곡이다.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먹고사는 문제 같이 현실의 큰 벽을 느끼며 살아가는 힘든 인생을 이야기한다. 시간은 부질없이 흐르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헤어지지만 또 익숙한 체 살아간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곡의 마지막에 '아프지만 마요'라고 노래하는 부분이 신해철과의 이별과 섞여 크게 마음에 와닿는다.
밝지만 슬픈 그 어떤 것들
토이의 힙합이라니, 신예 여성 보컬이라니, 이렇게 토이 7집은 처음부터 새로운 것들과 함께 다시 대중들에게 다가왔다. 마냥 밝을 것만 같던 이야기. 하지만 앨범의 후반에 들어서면 '우리'라는 곡을 통해 유희열 자신에 대한 모습을 다소 자조적인 시선으로 살핀다. 그리고 '취한 밤'. 좋은 동료이자 형님의 부재를 통해 인생의 의미와 허망함에 대한 고찰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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