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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리뷰

수직적 인간 서열관계 - PARASITE (2019)

by 자I야 2022. 9. 5.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맞이합니다.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영국 아카데미상 수상 등등 지금 할리우드 영화 이야기가 아닙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이룬 업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 개봉 당시 관람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동안 봐왔던 이야기, 너무도 현실적이라 그냥 우리 주변의 흔한 이야기 정도로 여겼던 분위기를 기억합니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봉테일'이라고 불릴 만큼의 섬세한 연출력은 타의 추종의 불허합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예전에는 그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뻔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그것을 진짜 증명해버렸습니다. 영화는 단순하게 돈이 많은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으로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영화 곳곳에 서로의 구역과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한 이미지를 곳곳에 넣어두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일부는 부자였을 것이고 또 다른 일부는 가난한 자였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수많은 관객들도 그렇게 두 부류로 나누어져 서로를 불편해하면서 영화를 내내 관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영화의 업적 부분으로 돌아오면 2020년 2월에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4배 부문의 수상을 하며 기뻐하던 감독과 배우들의 모습과 그와 함께 즐거워하던 저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경험을 안겨준 <기생충>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소소한 감사의 인사를 건넵니다.

 

 

님아 그 선은 넘지 마오.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택이네 네 식구는 모두 변변한 직업이 없는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다. 그에 반에 박사장 네 가족은 3층짜리 대저택에 무려 가정부까지 둘 만큼 경제적으로 풍족하다. 이러한 절대 평생 마주칠것 없을 것 같은 두 가족이 기택이네 장남 기우의 과외 아르바이트를 통해 연결이 시작이 된다. 기택이는 박사장의 삶을 훔치고 싶었던 것일까? 기택의 부인인 충숙과 딸 기정이 역시 박사장네 가정으로 자연스럽게 침투시킨다. 이렇게 완전하게 근본이 다른 두 가족들 사이에서는 은근한 불편한 상황과 문제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영화의 후반부 기택은 박사장의 본인을 향한 혐오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박사장을 칼로 찔러 죽음으로 이르게 한다. 결국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족의 만남은 파멸로 끝이 난다.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

01 부자는 위, 가난한 자는 아래 - 대표적으로 박사장은 3층 저택에 살고 기택이는 반지하에 사는 것처럼 모든 서열 관계를 수직으로 연출한 장면이 많다. 우식이는 과외를 하러 언덕길을 올라 박사장 네로 향하고, 기택이네 가족은 비 오는 날 쫓기듯 계단을 내려와 자신들의 반지하 집으로 향한다.

02 계획이 없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 이미 하층민의 삶에 고착되어 있는 사람들로는 아무리 계획을 한다고 한들 이미 가진 자들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자조적으로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03 기정이가 죽은 이유가 있다. - 기정이는 기택이네 가족에서 가장 부자 티가 나는 사람이었다. 그런 기정이가 가장 먼저 죽음으로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될 수 없고 결국은 죽음을 맞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04 다송이는 알고 있었다. - 다송이는 지하실에서 근세가 보내는 모스부호를 알아채고 있었다. 하지만 다송이 에게는 그저 단순한 놀이일 뿐 부자로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거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05 가난한 자들끼리 싸운다. - 부자들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기생충처럼 기생하며 살아가기 위해 결국 싸우는 것은 가난한 자들끼리이다. 부자들은 그것을 알지만 못 본척하며 관여하지 않는다.

06 집안에 홍수가 나도 수석은 떠오른다. - 수석은 말 그대로 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에 돌이 뜬다는 것은 그 안은 텅텅 비어 있다는 것이고 이는 기우의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07 기택이 박사장이 그어 놓은 선을 넘는다. - 기택은 사람의 공통의 감정인 사랑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박사장과 일종의 유대감을 갖기 위해 접근하지만 박사장은 이를 선을 넘는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상당히 불쾌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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