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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리뷰

가짜와 진짜의 혼돈 - 아가씨 (2016)

by 자I야 2022. 9. 9.

예상치 못한 사랑 이야기

박찬욱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 영화. 그리고 하정우, 김민희를 비롯한 연기로서는 한국에서 손에 꼽힐만한 배우들의 출연 등의 이유로 이 영화를 선택하였다. 영화 소개글에 표기되어 있던 장르로 역시 '드라마/로맨스'. 그러나 영화를 보던 중간 예상치도 못한 사랑 이야기의 전개로 상당히 당황을 하게 된다. 당연히 등장하는 남녀의 보통의 사랑 이야기일 거라 예상했던 것을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의 흐름이었다. 물론 어느 사랑이든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걸맞은 꽤 수위가 높은 낯선 장면들은 관람객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바단 나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많은 관람객들 또한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라 생각된다. 이전까지 한국 영화에서 이 부분을 이렇게 솔직하고 또 아름답게 표현해낸 영화는 없었다 생각되니 말이다. 포스터를 포함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미장센은 역시 박찬욱표 영화라고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화려하지만 절제된 색감, 소품을 비롯한 많은 시각적 요소가 한국 영화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소설 'Fingersmith'를 이야기의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영화의 구성도 1부부터 3부까지 총 3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치명적인 삼각관계의 형성

1930년대 일제 강점기 하의 한국을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어릴적부터 부모님 없이 자라게 된 히데코, 아가씨는 이모부인 코우즈키의 보호 아래 감옥 같은 집에 거의 갇힌 채로 엄격하게 자라난다. 어느 날 히데코는 숙희라는 새로운 하녀를 맞이하게 되고 하루 종일 책만 읽는 등의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외로웠던 아가씨는 숙희의 순진무구함에 점차 매력을 느끼고 성별을 떠나 숙희에게 마음이 기울게 된다. 그러나 숙희는 짜여진 작전에 따라 의도적으로 히데코를 만났던 것이다. 나중에 큰 유산을 상속받게 될 히데코의 재산이 탐이 났던 후지와라 백작의 음모에 따라 숙희가 히데코의 하녀가 되었던 것이다. 백작은 히데코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구애를 시작하지만 히데코는 결국 숙희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둘의 사랑은 상당히 관능적으로 영화에서 그려진다. 목욕을 같이하고 귀걸이를 직접 걸어주는 등의 같은 여성이라면 함께 하지 않는 일들을 그 둘은 과감하게 그려 나간다. 하녀인 숙희는 히데코를 불쌍하게 여기며 더 깊게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다. 하지만 사실 히데코는 그렇게 약하거나 순진한 사람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이모부의 학대 아래 자라나게 된 히데코는 사실 속을 알 수 없을 정도 많은 꿍꿍이가 있는 사람이었고 원래 히데코는 후지와라 백작과 숙희를 이용하여 이모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또 반대의 계획까지 설계할 만큼 치밀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히데코는 진심으로 숙희를 사랑하게 되고 숙희에게 간접적으로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숙희는 백작과 히데코의 결혼을 바라는 것을 알게 된 뒤 히데코는 자살까지 감행하는 큰 상심을 보인다. 이를 계기로 숙희 또한 히데코를 향한 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고 둘이 이모부의 저택에서 도망을 가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결국 이 둘은 이모부의 저택에서 성공적으로 도망을 가게 되고, 백작과 이모부는 결국 둘 다 죽고 만다.

 

사랑의 다양성과 양면성

인간은 모두 사랑 앞에서 갈등하고 고뇌한다. 사랑을 둘러싸고 드러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 것이 상당히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또한 연인, 자식, 부모, 친구 간의 사랑처럼 사랑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우리 현실 세계에서 접할 수 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사회적으로 다소 편견이 있을 수 있는 동성 간의 사랑을 그려내었는데 알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고 모른척하며 살았던 현실 세계에 우리들에게 실제와 같다고 느껴질 만큼 현실적으로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그려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현실에 존재하는 부분이고 동성 간의 사랑 역시 이성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도전적인 연출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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